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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설치하면 범죄는 어디로 갈까? ‘풍선 효과’ vs ‘후광 효과’

안녕하세요. 인다행정사 사무소 대표 전주현 행정사입니다.

우리 동네에 CCTV를 설치하면 범죄는 사라질까요, 아니면 옆 동네로 옮겨갈까요? 범죄 예방의 두 얼굴, ‘풍선 효과(범죄 전이)’와 ‘후광 효과(이익 확산)’의 진실을 쉽고 명쾌하게 파헤칩니다. 내 삶을 지키는 똑똑한 안전 상식을 만나보세요.


범죄 예방과 풍선 효과, 뉴스에서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두운 골목길에 환한 가로등을 설치하고 성능 좋은 CCTV를 달았다는 소식이 들리면,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이제 우리 동네도 안전해지겠구나!” 하고 말이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잠깐, 여기서 범죄를 못 저지르면 범인들이 옆 동네로 가서 사고를 치는 거 아냐?”

내 집 앞의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이 혹시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요? 오늘 우리는 범죄학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중 하나인 이 문제를 아주 쉽게 풀어보려 합니다. 어려운 전문 용어는 빼고, 우리 일상의 언어로 ‘내 삶의 안전’을 이야기해 봅시다.


1. 범죄를 막는 기술, 그리고 ‘풍선 누르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범죄 예방’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현관문에 튼튼한 이중 잠금장치를 달거나, 어두운 주차장에 조명을 밝게 하거나, 골목길에 CCTV를 설치하는 것 모두가 포함되죠. 전문가들은 이걸 ‘상황적 범죄 예방(Situational Crime Prevention)’이라고 부릅니다.

범죄자의 심리를 뜯어고치는 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기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것이죠. 쉽게 말해, 도둑이 “아, 여기는 털기 너무 힘들고 위험하네. 포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오래된 걱정거리가 등장합니다. 바로 ‘범죄 전이(Crime Displacement)’ 현상입니다. 흔히 ‘풍선 효과’라고 비유하죠.

풍선의 한쪽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어떻게 되나요? 누른 부분은 들어가지만, 그 안의 공기는 사라지지 않고 다른 쪽으로 불룩하게 튀어나옵니다. 범죄도 마찬가지라는 논리입니다. A 구역에 CCTV를 설치해 범죄를 누르면, 범죄자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감시가 없는 B 구역으로 이동한다는 것이죠.

이 ‘풍선 효과’는 단순히 장소만 옮기는 게 아닙니다.

  • 장소 전이: CCTV 없는 옆 골목으로 이동

  • 시간 전이: 순찰이 심한 밤을 피해 낮에 범행

  • 대상 전이: 튼튼한 외제차 대신 문 따기 쉬운 구형 차량 노리기

  • 수법 전이: 강도짓이 어려워지자 사기로 종목 변경

이 이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범죄 예방 노력은 결국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일 뿐”이라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냅니다. 한쪽의 이득이 다른 쪽의 손해로 이어지니, 전체적인 범죄 총량은 줄지 않는다는 것이죠.


2. 반전의 드라마: 빛은 담장을 넘는다 (‘후광 효과’)

“범죄는 풍선처럼 반드시 다른 곳으로 튀어나간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이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놀라운 반전을 보여줍니다. 풍선 효과가 항상, 100%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죠.

오히려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를 ‘이익의 확산(Diffusion of Benefits)’이라고 합니다. 더 쉬운 말로는 ‘후광 효과(Halo Effect)’‘보너스 효과’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가로등 비유를 들어볼까요? 내 집 마당을 밝히기 위해 강력한 보안등을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이 불빛이 너무 환해서 옆집 마당 일부까지 환하게 비추는 겁니다.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옆집도 덩달아 도둑들로부터 안전해지는 ‘보너스’를 얻게 된 셈이죠.

범죄 예방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특정 구역에 CCTV를 집중적으로 설치했더니, CCTV가 없는 인근 지역까지 범죄율이 함께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범죄자들의 착각” 때문입니다.

범죄자들은 경찰이나 지자체가 어떤 조치를 취하면, 그 영향력이 실제보다 훨씬 넓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겁을 먹습니다. “이 동네 전체에 뭔가 새로운 감시 시스템이 깔린 것 같아. 괜히 얼쩡거리다 잡히지 말고 아예 다른 지역으로 가자.”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죠. 범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입니다.

그래서 범죄학자들은 이제 이렇게 말합니다. “범죄 예방 조치를 취했을 때 풍선 효과(전이)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 양이 원래 줄어든 범죄량보다 적다면 여전히 성공적인 정책이다. 심지어 후광 효과(확산)까지 나타난다면 금상첨화다.”


3.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

범죄는 물이나 공기처럼 일정한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한 곳을 막으면 반드시 다른 곳으로 흘러넘치는 존재가 아닙니다. 범죄는 ‘기회’와 ‘동기’가 만날 때 발생합니다. 우리가 상황을 통제해서 ‘기회’를 박탈하면, 범죄는 단순히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포기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복잡한 ‘풍선 효과’와 ‘후광 효과’의 줄다리기 속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첫째,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예방 노력을 멈춰선 안 됩니다.

“어차피 옆 동네로 갈 텐데 뭐 하러 세금을 써?”라는 식의 회의론은 위험합니다. 연구 결과들은 풍선 효과보다 범죄 감소의 순기능이 더 크다는 것을 자주 보여줍니다. 내 집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범죄 기회를 줄이는 첫걸음입니다.

둘째,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우리 함께’의 관점이 필요합니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 보안 시설을 확충할 때, 그것이 주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함께 고민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합니다. 지자체에 정책을 요구할 때도 특정 지점(Hot Spot)만 틀어막는 땜질식 처방보다는, 주변 지역까지 아우르는 넓은 시야의 범죄 예방 디자인(CPTED)을 요구해야 합니다.

셋째, 똑똑한 감시자가 되어야 합니다.

CCTV 설치 뉴스에 단순히 환호만 할 것이 아니라, 이후 실제 데이터가 어떻게 변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설치 후 우리 동네 범죄는 얼마나 줄었지? 혹시 인근 지역 범죄율에 특이한 변화는 없었나?”

이런 질문을 던지는 시민들이 많아질수록, 정책 입안자들은 풍선 효과를 최소화하고 후광 효과를 극대화하는 정교한 대책을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범죄와의 전쟁은 마치 끊임없이 진화하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과 같습니다. 완벽한 백신은 없을지 몰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더 나은 방역 체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풍선 효과’라는 말에 너무 겁먹지 마세요. 우리가 지혜를 모아 설치한 안전장치들은 단순히 범죄를 옆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을 주변으로 퍼뜨리는 ‘후광 효과’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 여러분의 현관문은 안전하게 잠겨 있나요? 그리고 그 안전함이 이웃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